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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고27회김진수동문(중앙일보)

제고넷 0 168 11.30 10:50

“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

      

‘유전자 가위’ 석학 김진수 교수 기고
공상과학 영화 장면이 현실로
신생아 새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도
사회적 합의, 투명한 절차 없어
유전자 연구에 부정적 인식 걱정

한국은 그렇잖아도 규제 ‘천국’
규제와 자율 사이 균형점 찾아야

김진수

김진수

과학소설(SF)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중국 선전의 남방과기대 허젠쿠이(賀建奎) 부교수가 홍콩에서 열린 유전체 교정 관련 국제회의에 나와 유전자 편집된 아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밝혔다. 세계 최초의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소식에 학계는 경악했다. 마침 유전자가위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국의 김진수(사진) 한국유전자교정학회 회장이 해당 국제회의의 조직운영위원으로 참석에 현장을 지켜보고, 중앙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 그대로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이다. 지난 26일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필자는 27~29일 3일간 홍콩에서 열리는 ‘제2차 인간유전체교정 국제회의’의 조직위 위원으로 현지에 앞서 도착해 있었다. 26일 오전 메리디안 호텔에서 조직위 운영위원들로부터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간 배아 속 DNA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한 뒤 자궁에 착상시켜 키워 출산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였다.
 
20년 전 개봉한 미국 SF영화 ‘가타카’속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가 영화 밖으로 튀어나온 셈이다. MIT리뷰가 최초로 알린 이 소식은 AP통신을 타고 이날 세계로 전해졌다. 국제회의장이 술렁댔다. ‘믿을 수 없다’‘검증되지 않은 중국 학자의 주장일 뿐이다’‘사실이라면 경악할 일이다.’…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가운데)가 28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나와 세계 최초의 유전자편집 아기 출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젠쿠이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가운데)가 28일 홍콩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나와 세계 최초의 유전자편집 아기 출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틀 뒤, 소문의 주인공이 국제회의장에 나타났다. 선전의 남방과기대 허젠쿠이(賀建奎) 부교수였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인간배아 연구에 국한된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진 초빙 연사였다. 허 박사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사실”이라며 임상 결과를 상세히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의문과 의혹을 남겼다. 이번 연구의 원래 목적은 CCR5라는 유전자를 제거해서 AIDS를 일으키는 HIV에 걸리지 않는 아이를 출산시킨다는 것인데, 쌍둥이 두 명 중 한 명은 유전자가 제거된 것이 아니고 새로운 CCR5 변형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HIV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바이러스의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도 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허 박사는 CCR5 유전자가 제거된 배아를 착상시킨 또 다른 산모가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변형된 아이들이 연이어 중국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인권과 건강은 물론이고 새로운 변이 유전자의 도입으로 인류 사회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허 교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투고했다고 한다. 네이처가 그의 논문을 게재할지 귀추가 주목되다. 허 교수는 고의로 언론에 알린 것이 아니고 언론에 소식이 새어 나가 먼저 보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유전자가위로 인간배아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필자도 지난해 8월 슈크라트미탈리포트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와 함께 네이처 논문을 통해 인간의 배아 속 특정 유전자 교정에 성공한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고친 것으로, 멀쩡한 유전자를 망가트리거나 새로운 변이 유전자를 만든 이번 사례와는 분명히 다르다. 더욱이 배아 단계의 연구와 배아를 산모에 착상시켜 임신과 출산에 이르게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허 박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위적으로 유전자가
조작된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심각한 윤리적·법적·사회적·철학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든 변이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과학자, 생명윤리학자를 포함한 학계의 합의를 파기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합의와 투명한 절차 없이 연구가 수행됐다는 데 있다. 2015년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차 인간유전체교정 국제회의에서‘인간배아를 이용한 유전자가위 연구는 허용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기 전에는 임신과 출산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국제회의를 주도한 미국 과학 및 의학 아카데미는 지난해 유전자 교정 아이의 출산에 필요한 조건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요점은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었을 때, 그리고 법적·사회적 제도가 갖추어졌을 때,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신과 출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허 박사의 발표는 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행위로 보인다. 국제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학자는 허 박사의 발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중국 연구자들은 허 박사의 발표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직위에서 단호하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요구가 며칠 사이 전 세계 연구자·학회·시민단체에서 쇄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들 사이에 유전자가위 연구와 이 분야 연구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과학자들이 책임감 있게 자율적 규제를 하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를 통해 과학자들을 타율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개정된 한국의 생명윤리법이 대표적 사례이다. 생명윤리법은 유전자 교정된 아이의 출산은 물론이고 배아 연구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생명윤리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가위 임상시험도 규제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환자, 신약개발 기업, 연구자들이 떠안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도 감소하고 국가경쟁력도 약화할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와 자율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출처: 중앙일보] “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


[출처: 중앙일보] “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


[출처: 중앙일보] “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


[출처: 중앙일보] “중국의 유전자교정 아이 출산은 판도라상자 열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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